- 세계보건기구에서 비만을 질병이라고 규정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현재 비만 인구는 꾸준히 증가해 ‘질병’으로 정하기 전보다 20%나 증가했습니다. 10년 전인 1998년보다 더 많이 먹어서 비만 인구가 늘어난 걸까요?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단순히 식사량 때문이 아닙니다. 내 몸에 일정한 체중과 체지방을 유지하려는 조절 기능이 깨지면서 체중조절점(點)이 올라가기 때문에 체중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체중을 줄이려면 올라가 있는 체중조절점을 원래 수준으로 낮춰야 근본적인 치료가 됩니다.
- ▲ 일러스트 이경국
- 과거에 비해 움직임이 줄어든 현대인의 경우 ‘저근육형 복부 비만’이 많습니다. 일명 ‘거미 체형’이라고도 하는데, 팔과 다리는 말라 보이는데 배는 볼록 튀어 나와 거미처럼 보이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들은 팔·다리가 날씬하니까 적게 먹어서 배만 집어넣으면 되는 걸까요? 만약 운동을 하지 않고 식사량만 줄이면 체중과 함께 근육량도 줄어듭니다. 게다가 지방을 빼겠다고 걷기나 조깅 같은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면 근육 손실이 더 심해지고 말지요. 그래서 다이어트가 끝나고 원래대로 식사했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체중이 불어나는 겁니다.
이제 우리는 몸 속의 ‘리셋(reset)’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컴퓨터에 이상이 생기면 리셋 버튼을 눌러서 원상태로 되돌리듯,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긴 내 몸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는 말입니다.그렇다면 체중조절점을 원상태로 복귀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식사량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신진대사를 망가뜨린 원인을 찾는 것입니다.편리하다고 인스턴트 식품을 자주 먹거나 간식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밤 늦게까지 깨어있거나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 사람, 만성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는 사람, 운동을 지나치게 안 하거나 혹은 무리하게 하는 사람 모두 주의해야 합니다.
체중조절점을 유지하려면 절대 끼니를 거르지 말고 하루 3끼를 4번으로 나눠 먹으면 좋습니다.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직장인은 유산소운동과 함께 반드시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하고요. 특히 거미형 체형을 가진 저근육형 비만의 경우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추가적인 근육 손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 박 용 우 | 서울대 의대, 고려대 대학원(의학박사),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임의, 성균관의대 외래교수, 현 대한비만체형학회 고문, 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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