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펼칠 자리 뺏으면서 큰 꿈 꾸라고?
미디어토씨 뉴스에세이 2009/07/04
1.
기능직이 우대받는 사회는 건강합니다. 기능직이 장인(마이스터)으로 존경받는 사회는 건전합니다.
기능직이 우대받는 사회는 꿈입니다. 기능직이 장인으로 존경받는 사회는 미몽입니다.
본 적이 없습니다. 겪은 적도 없습니다. 그 대신 ‘공돌이’ ‘공순이’가 천대받던 기억만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기능직이 장인으로 존경받는 사회는 ‘생활의 달인’이란 방송 프로그램에서만 존재할 뿐입니다.
2.
이명박 대통령이 마이스터고를 찾아갔습니다. 의료기기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원주정보공고를 찾아가 ‘꿈’을 얘기했습니다. “(마이스터고 제도는) 대졸자보다 존경받고, 수입이 더 낫고, 일생 직장으로 일할 수 있고, 어느 때든 대학에 갈 수 있는 제도”라면서 “모든 사람이 대학가는 것보다 마이스터고에 들어가길 원하는 시대가 불과 몇 년 안에 온다”고 했습니다.
바랍니다.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그런 시대가 몇 년 안에 오기를 학수고대합니다. 어떻게든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고 아등바등 대고, 허리띠 졸라매며 수십 수백 만원을 사설학원에 갖다 바치는 시대가 끝나기를 기원합니다. 기껏 대학에 들어갔지만 취직이 안돼 실업자가 되고, 대출받은 학자금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시대가 종식되기를 갈구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몇 년 안에 그런 신천지가 열릴 것 같지 않습니다.
3.
비정규직이 줄줄이 해고되고 있습니다. 줄줄이 해고되는 비정규직의 태반은 기능직입니다. 정규직도 줄줄이 해고됩니다. 줄줄이 해고되는 정규직의 태반은 근속기간이 오래된 숙련노동자들입니다.
기능직이 천대받고 있습니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껌같은 존재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기능직이 장인이 될 여지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묵어야 장맛’이 아니라 ‘묵으면 고임금’이란 인식이 경영논리를 휘감고 있습니다.
4.
정부가 막아야 합니다.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반마이스터’ 행태를 제어해야 합니다. 하지만 하지 않습니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유예하려는 움직임만 두고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더 근원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습니다. 지난 2일 비정규직법을 언급하면서 “근본적인 것은 고용의 유연성”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5월 7일 “노동유연성 문제는 연말까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의 최대과제”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의 인식이 이렇습니다.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게 이뤄져야 경제에 활력이 생긴다는 게 그의 철학입니다.
5.
마이스터고 제도는 좋은 제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언대로 마이스터고 학생들 전원에게 기숙사를 제공하고 등록금을 면제해주면 좋습니다. 그 대상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라면 더더욱 좋습니다.
그런데도 감흥이 없습니다. 오히려 병주고 약 준다는 반발감마저 듭니다.
부푼 꿈을 안고 사회에 나온 마이스터고 학생이 맞닥뜨릴 세상은 정글보다 더 살벌한, 살얼음판 생존 난투장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난투장을 정부가 앞장서서 조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마이스터고 제도 이면에서 반마이스터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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