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7일 금요일

담배는 '죄악'이라더니 판매점 늘리네

담배는 '죄악'이라더니 판매점 늘리네

미디어토씨 곁가지 뉴스 2009/07/10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한 시대의 낙오자로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부가 담배에 붙는 세금을 올리려 한다는 소식을 들어도, “술이나 담배에 붙는 세금은 죄악세로 불릴 만큼 징벌적 성격이 강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부자 감세’의 여파를 ‘서민 증세’로 메우려 한다는 의심이 고개를 들었지만 이 또한 눌렀다.

“담배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품목인 만큼 소비 억제를 유도하기 위해 무겁게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이 딱히 틀린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근데 이제 고개를 좀 들어야겠다.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한 마디 쏘아붙여야겠다.

 

기획재정부가 새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을 1일 공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담배를 팔 수 없는 곳에서 ‘야간에 주로 영업하거나 영업시간 중 자주 폐점해 소비자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영업장’을 빼버린 것이다. 유흥업소도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으면 담배를 팔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말이 안 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유흥업소가 담배 천국이란 건 세상이 다 안다. 평소 담배를 즐겨 피우지 않는 사람도 술을 한두 잔 걸치면 담배를 입에 문다는 사실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세상이 다 알고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을 정부는 모른 체 한다. 흡연은 죄악이라면서 죄악을 부채질한다.

이런 지적을 예상해서였을까? 정부 관계자가 이렇게 해명했다. “지자체장이 유흥업소까지 담배소매인으로 지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헌데 이 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말을 하기 전에 별도로 한 말이 있다. 담배 시행규칙을 바꿔야 했던 연유를 거론하면서 “관련 조항 가운데 ‘주로’ ‘자주’ 등의 기준이 불명확해 지자체에서 법집행에 어려움이 있었던 데다 민원도 많아 해당조항을 없애기로 했다”고 했다.

 

 

 

 

 

 

따져보자. 민원이 많은데 어떻게 지자체장이 손사래를 칠 수 있을까? 게다가 불허 근거조항마저 없애버린 상태에서?

‘국민을 바보로 하는 정부’ ‘한치 앞도 못 보는 정부’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삼가자. 얼핏 봐도 눈에 들어온다. 담배세를 올린 다음에 담배판매점을 확대하면 세수가 증대한다는 사실, 이러면 재정적자에 애타는 정부의 시름이 조금 덜어진다는 사실이 선연히 다가온다.

고민이 커진다. ‘죄악’을 저지르는 사람이 되기는 싫은데 어떡해야 하나? 담배를 확 끊어서 국민건강권을 돌보는 선량한 시민이 돼야 하나? 아니면 이 한 몸 니코틴 연기에 불살라 국가재정을 살찌우는 헌신적인 국민이 돼야 하나?

▲사진=보건복지가족부의 금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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