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과연 ‘안 먹는 것’일까요? 비만 클리닉을 찾는 대다수의 환자는 적어도 한두 번쯤 단식을 해본 경험자들입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단식해서 1주일 만에 5㎏ 정도 뺐어요. 그런데 제가 관리를 잘 못해서 10일 만에 도로 쪄버렸어요.” 정말 이들이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에 체중이 다시 늘어난 것일까요?
얼마전 소주 한잔을 하러 친구와 포장마차에 들렀습니다. ‘대게 3마리 1만원’이라고 써 붙인 간판이 보였죠. 주인 아주머니가 수조 속을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활게를 잡아 요리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대게를 받아 들고 꽉 찬 속살을 기대하며 게 다리를 잘랐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딱딱한 껍데기 속에 탱탱한 게살은 온데 간데 없고, 가느다란 몇 가닥만이 나왔습니다. 낑낑거리며 가위질을 하던 제게 친구는 “아이고 고것들이 제 살 파먹고 살았나 보다”며 농담을 하더군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분명히 살아 움직이는 게를 두 눈으로 확인했는데 껍데기 속이 왜 텅 비어 있었을까요? 동해 바다에서 잡힌 게들이 서울로 운송되고 수산시장에서 팔려 오는 과정에서 며칠씩 원치 않은 ‘단식’을 했기 때문입니다. 게들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딘가에서 에너지를 끌어와야 하는데, 고육지책으로 자기 몸속의 지방과 근육을 에너지로 사용한 것입니다.
게살이란 게의 몸을 움직이는 근육입니다. 원치 않은 단식으로 먹는 양이 줄어드니 이 녀석들이 자신의 근육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삼아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죠. 통통하던 게살이 실처럼 가늘게 줄어 탱탱한 속살을 맛보지 못한 것입니다. 친구의 농담처럼 게들은 ‘제 살 파먹고’ 살아 남은 것입니다.
우리가 살을 빼기 위해 하는 단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식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지방뿐만 아니라 근육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우리 몸속의 근육은 자동차로 따지면 엔진입니다. 단식을 통해 근육이 줄어든다는 것은 2500㏄ 중형 자동차의 엔진을 900㏄짜리 경차 엔진으로 바꾼 것과 같습니다. 엔진이 작아지면 연료는 덜 쓰겠지만 지방을 소모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을 더 작게 만들게 됩니다. 단식을 반복하면 할수록 근육양은 줄어들고 지방의 소모는 적어지게 되는 것이죠. 결국 더 쉽게 지방이 쌓이게 됩니다. 일시적으로 체중이 줄었다가 다시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가는 ‘요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단식은 ‘양날의 칼’이 아닐까 싶습니다.
/ 윤 장 봉 | 중앙대학교 의과대 졸업, 신경정신과 전문의, 국제미용학회 정회원. 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 트리니티클리닉 공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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