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8일 월요일

8월 25일 1박2일 일정의 전통사찰음식체험에 참여

8월 25일

 

 

“전통사찰음식체험” 계획 알림

전통사찰인 수도사에 수탁하여 사찰 내에서 1박을 하며 체험을 통한 심신수련과 자아성찰을 수행함과 동시에 식(食)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중학생이상 가족단위 신청도 가능하므로 가족의 소중함도 체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선착순 40명을 운영할 계획이오니 빠른 접수 부탁드립니다   라는 환경위생과의 공지 사항을 보고

 

우리음식연구회 회원 13명과 나를 포함한 가족 3명, 모두 16명이 전통사찰음식체험을 하기위해 참여 신청을 예약하고 기다렸다가 드디어 8월25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되는 체험학습에 참여하기 위해 서둘러 수도사로 향했다

 

초행길이라 제대로 찾아갈까? 걱정이 되어 서둘러 출발을 했다

원효대사가 불법(佛法)을 공부하기 위해 당나라로 가던 도중 칠흑 같이 어두운 밤에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아 노숙을 하다가 목이 말라 밤중에 잠이 깨어 손길에 집히는 대로 바가지 같은 그릇에 물이 담겨 있기에 벌컥벌컥 마시니 갈증이 심했던 탓인지 물은 꿀맛 같았으나 아침에 깨어보니 잠을 청한 곳은 무덤이요, 한밤중에 마신 물은 살점은 썩어 문드러진 채 나뒹구는 해골바가지에 담겨 있던 물이었다.

 

이것을 확인하고는 아연실색하여 구토를 하다가 깨달음을 얻기를 어떻게 같은 해골 물이 몰랐을 때는 맛있었고 알았을 때는 구역질이 나는 것일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구나! 오로지 마음 상태에 따라 깨달음은 어디에나 있는데 반드시 중국이어야만 할 이유가 있는가? 하고 그 길로 짐을 싸서 고국 신라로 돌아왔다는 일화가 전해져오는

 

 

('화엄종조사회전 '(華嚴宗祖師繪傳)' 국립교토박물관 전시) 수도사에 대한 역사의 흔적과 전통사찰하면 연상되는 독특한 경관과 화려하진 않으나 뭔가 무게와 아름다움, 멋이 느껴지는 빛바랜 불상이며 탑, 처마, 단청, 풍경, 연꽃과 더불어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살짝 비치는 햇빛과 시원한 바람 등 새로운 문화와 환경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레임과 기대감을 안고 수도사에 도착하니 내가 막연히 상상했던 전통사찰의 모습은 없었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헉헉거리며 올라갈 가파른 계단과 한적한 곳의 고즈넉한 산사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목탁소리와 불경소리를 들으며 일주문을 시작으로 세속과 사찰의 경계를 통과하면서 우리가 세속에서 가져온 때를 벗고, 부처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피안 교, 금강문, 온몸을 오싹하게 만드는 사천왕과 금강력사의 힘으로 절을 외호하고 나쁜 귀신을 내쫓아 사찰을 청정한 도량으로 만든다는 천왕문을 만날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포승 읍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면서 이곳으로 옮겨왔다고는 하지만 나의 눈앞에 펼쳐진 수도사는 도심 속에서 주택가와 함께하는 역사와 전통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작은 암자에 불과했다 원효대사의 깨달음의 과정을 재현한 매직비젼 영상물이나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 전시실, 기념관, 역사관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고 주지승이신 적문스님의 수도사의 연혁에 대한 설명 중에 그저 잠깐 비취질 뿐이었다.

 

갑자기 연초에 연수를 갔던 호주와 뉴질랜드가 생각났다 오래된 농기구, 깨어진 기왓장,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창고, 벽돌을 만들던 공장이 문을 닫아 덩그러니 폐허가 된 채 서있어 무섭게 보이기까지 하는 저 허름한 건물을 부수지 않고 방치하는 이유를 물으니 100년이 지나면 역사가 된다고 하며 역사가 짧은 나라라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었다

 

이처럼 없는 역사도 만들어가는 것을 따라가지는 못할지언정 왜곡된 역사를 만들자는 것도 아니고 서기 852년 신라 문성왕 14년 염거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천년고찰에 원효대사 오도성지 수도사라고 공공연하게 언급을 하면서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내려고 수도사와 관련한 그 어떠한 자료라도 찾으려고 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보여주지 않고 고증이나 확증이 없다고 막연하게 두고 보자는 식으로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 도적으로 등장하는 홍길동이 살았던 곳인 전남 장성군과 홍길동 축제를 놓고 원조논쟁을 벌이고 있는 강릉시는 홍길동전 영인본의 목판 탁본 체험장과 기념관을 열었고 장성은 홍길동 생가 터, 발굴 유물과 생애추정 논증자료, 외국 연구자료, 홍길동 일대기 생활상 등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을 열어서 소설 속 인물로만 기억되고 있는 홍길동이 실제 역사 속에 존재한 민중의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으며 이를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고 지역 특산물 홍보와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한 부분은 분명 우리시가 반성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1박2일 일정의 체험학습을 시작했다 

 

16:00 접수 및 방사배정을 받고 지급된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적문스님으로부터 사찰체험의 생활과 예절에 관한 수련생 청규와 수도사 연혁에 대한 설명과 함께 대웅전에서 입재식과 저녁예불을 드렸다

 

모든 회원들이 조금 전에 배운 대로 대웅전으로 향할 때 중앙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양쪽의 옆문으로 들어갔다 비록 주어진 자료를 보고 읽는 수준이지만 난생 처음 불교예불을 드려본다.

 

이어서 오신채를 넣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향신료를 사용하여 자연 그대로의 맛을 최대한 살린 담백한 음식으로 저녁 공양을 마치고는 지정해준 팀별로 당번을 정하고 순서에 따라 설거지를 하고는

 

18:30분부터 자유 시간 및 산책시간을 가진 후 19:30분부터 비디오 시청시간에 참여했다 일일이 호명을 하는데 우리 회원 중 5명이 스님께 허락을 받지 않고 집에 갔다가 아침에 온다고 하며 간 것이 확인됐다 적문스님은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3년간 진행해 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상당히 언짢아 하셨으며 이어지는 예불문 습의와 발우공양 예법 지도 시간에 몇 번씩 반복해 말씀을 하시니 상대적으로 남아 있는 우리 회원들은 정말이지 가시방석이었다

 

21:00부터 세면 및 취침시간이란다 한낮의 무더운 더위에 푹푹 달구어진 열기로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방은 찜질방 그 자체였다 샤워를 마치고 교육실에서 가지고 올라온 덜덜덜 소리 나는 선풍기 한 대를 회전으로 돌려놓고 한 방에서6명의 회원들이 억지로 잠을 청하지만 얼마나 더운지 온몸에 끈적끈적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

 

절에서는 가능한 한 침묵하며 모든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는 말에 이야기도 제대로 나눌 수가 없다 고문이 따로 없었다.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있는 새벽 3시 30분에 도량석이라고 잠에서 일어난 순간, 나와 주변의 모든 만물이 자비를 베풀고 부처님의 마음을 갖도록 깨달으라는 깨움의 소리라는 목탁소리와 함께 일어나 간단한 세면을 마치고

 

새벽 4시부터 새벽예불 및 108배 체험시간에 참여했다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부담을 가지지 말고 108배를 할 때 부처상을 부처로 여기지 말고 본인들이 믿는 종교나 십자가라고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해도 된다고 하셨다.

 

새벽예불시간에 적문스님은 집에 갔던 회원이 돌아왔는지 다시 확인을 하셨다 회원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에 나의 종교는 기독교지만 진심으로 나의 신과 부처님께 기도를 하며 적문스님의 죽비소리에 맞춰 절을 시작했다.

 

지극한 정성으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하려고 애를 쓰면서 108배를 모두 마치니 땀도 흐르고 다리가 후들거리기는 했지만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에 기분은 너무  좋았다 아침공양을 마치니 운력이라고 사찰에서 하는 노동시간인데 잡초를 뽑으라신다.

 

잡초를 뽑는 일이나 청소와 같은 일상 가사노동도 수행의 하나라고 하신다. 흰 고무신을 신고 밀짚모자를 쓰고 목장갑을 끼고 1시간동안 뙤약볕에 쪼그리고 앉아 부지런히 쉬지 않고 잡초를 뽑자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현기증이 난다

 

사실 밤새 잠도 못자고 새벽부터 108배에 운력에 무리한 일정이란 생각이 든다. 어젯밤에 집에 갔던 회원들이 어느새 돌아와 운력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가시방석에 앉아 안절부절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으니 천만다행이라는 생각과 안도감에  너무너무 반가웠다

 

09:00부터 사찰음식 시식이 있었다. 자원봉사를 하시는 보살님들의 수고로 연자죽과 여러 가지의 장아찌가 차려져 있었다. 회원들에 대한 걱정을 떨쳐 버리니 시장기가 돌아 연자죽 두 그릇을 후딱 비워냈다

 

이어서 기다리던 사찰음식 만들기 시간이 왔다 팀별로 정해진 조리대에서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적문스님의 강의로 인공조미료나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은 청정한 채소를 씻고, 썰고, 데치고, 튀기고 단것, 짠 것, 식초, 장류 순으로 무치고 양념해서 짜고 맵지 않게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내도록 정성을 들여서 연자 밥, 생 표고버섯구이, 표고 깻잎 말이 전, 두부와 표고버섯을 이용한 튀김, 두부와 야채로 탕을 만들어내고 예쁜 꽃과 깻잎채로 음식을 돋보이게 장식을 해서 심사를 받았다

 

체험학습에 참석한 50여명 모두 잘했다고 서로 박수를 치면서 사찰음식배우기를 마치고 팀별로 모두가 합심해 만든 밥과 국, 반찬을 준비하여 발우공양으로 늦은 점심을 하기로 하고 내가 속해 있는 줄의 체험자들이 선반에서 발우를 가져다가 개개인 앞에 놓아 주었다

 

발우는 절에서 스님이 쓰는 나무로 된 그릇을 말하는데 밥을 담는 어시발우, 국 발우, 물을 담는 청수발우,  반찬을 담는 찬 발우로 가장 큰 어시발우 안에 차곡차곡 포개져서 하나를 이루고 있다.

 

바닥에 반가부좌를 하고 발우를 싼 보자기를 조용하게 펴서 가지런히 놓고 스님의 죽비 치는 소리에 맞추어 밥, 반찬배식을 줄마다 맨 앞쪽에 앉은 체험자가 봉사자가 되어 순서에 의해 주전자를 들고 내 앞에 다가서면 어시발우를 내밀어 물을 따라줄 때 두 손으로 어시발우를 받쳐 들고 있다가 물의 양이 적당하다 싶으면 발우를 좌우로 살짝 흔들어 그만 따르라는 신호를 보내면 된다고 하셨다

 

밥그릇에 물을 먼저 담가 놓는 것은 밥알이 그릇에 달라붙지 말라는 것인데 밥을 푸기 전에 어시발우에 남은 물에 주걱을 적셔 밥알이 달라붙지 않게 한다거나, 국을 뜰 때도 국 발우를 국통안쪽에 놓이게 하여 국물이 바닥에 떨어트리지 않게 하고, 반찬도 자율배식을 하지만 끝에 앉아 있는 참여자 모두가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처음에는 조금만 떠서 놓았다가 식사시간이 중간쯤 지날 때에 다시 한 번 배식을 돌아 모자라는 반찬을 더 먹을 수 있게 했다

 

발우공양을 하는데도 예절이 있으니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좋은데 절대 김치 한 조각이라도 고춧가루 하나라도 남겨서는 안 되며 밥이나 국, 반찬을 먹을 때마다 상대편에서 내가 입속에 음식을 넣는 장면을 보이지 않도록

 

그릇을 들고 얼굴을 가리면서 밥을 한 숟갈 먹은 뒤 조용히 내려놓고 국그릇을 들고 국을 먹은 뒤 그릇을 내려놓고 다시 반찬그릇이나 밥그릇을 다시 들고 먹어야 하며 식사를 한 다음 밥그릇에 물을 붓고 설거지용으로 남겨놓은 김치 한 조각으로 그릇에 붙은 밥알흔적을 깨끗이 없애고

 

다시 그 물을 국그릇에 옮겨 담고 반찬그릇으로 옮겨 담으면서 그릇에 붙은 반찬찌꺼기를 씻어낸 후 그 물을 마셔야 한다. 김치 한 조각으로 찌꺼기까지 말끔히 닦아낸 물을 마실 때에는 내가 먹은 찌꺼기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어쩌랴 음식을 남기는 것이 큰 잘못이라 남기면 안 된다는데 마실 수밖에

 

예절을 지키면서 조용히 먹다 보니 어색하고 불편해서인지, 기름진 음식이 없어서인지 도무지 긴장이 되어 분명 먹기는 했는데 먹은 것 같지가 않았다.

 

내가 언제 또다시 이런 체험을 할 수가 있을까? 음식의 소중함을 깨닫고 잘못된 식습관을 버리는 귀한 체험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발우공양 체험이 끝나고

 

끊여놓은 탕수를 다관에 담아 찻잔을 따뜻하게 덥히고 물은 숙우에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 살짝 식힌 다관의 물을 녹차 잎이 담겨있는 차관에 부어 알맞게 우려낸 녹차를 찻잔을 놓은 채로 세 번에 나누어 부은 뒤 향을 음미하며 마셔보는 다도 체험을 한 다음

 

눈은 너무 크게도 너무 가늘게도 뜨지 말고 지그시 감은 듯 그러면서도 절대 눈을 감아서는 안 되며 시선은 15도 아래에 약 1미터 정도 되는 바닥을 보면서 발은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위로 올라가는 가부좌를 틀어 앉아 참선을 하였다

 

죽비로 어깨를 살짝 내려칠 때의 시원함이란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으리라 대웅전에서 회향식을 하고 기념촬영으로 마무리를 하니 오후 5시가 넘어 1박2일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전통사찰음식체험을 하고자 신청을 하고 막상 수도사에 와보니 프로그램이 템플스테이로 오히려 사찰체험 프로그램에 가까워 당황했던 것과 사찰음식을 배우겠다는 마음만 앞세워 바쁘다는 핑계로

 

프로그램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어느 정도의 사찰체험 프로그램은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전통사찰음식체험인데 당연히 음식 만드는 프로그램이 많이 편성되어 있으리란 생각을 하고 온 나의 잘못과 준비부족으로 인해 프로그램을 보고 불만을 표출하는 회원들을 달래느라 전전긍긍했던 것,

 

회원들의 야간이탈로 적문스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인솔자로써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간까지 계속해서 야단을 맞는 기분이 들어 불편했던 점은  다음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충고로 받아들이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끝으로 수도사와 평택시에 건의를 하자면 수도사의 역사와 전통을 찾아 그것을 홍보하여 지역의 관광 상품으로 연계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내는데 일조하기를 바라며

 

체험학습을 하기엔 숙박시설과 세면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불편했던 점은 비단 나만이 아닐진대 전통사찰음식체험이든 템플스테이든 다시 오고 싶도록 만들고

 

수도사나 평택시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겨주려면 최소한 체험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수도사나 종단, 지자체 모두가 합심해 적극적인 투자로 환경을 개선해야 된다고 보고 프로그램 또한 다양한 종교인들과 단체가 참여할 때에 이질감이 생기지 않도록 배려해야 된다는 건의를 드리며 체험기를 마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