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3일 일요일

[건강] 비만, 가슴 큰 남자들의 가슴앓이 여성형 유방

[건강] 비만, 가슴 큰 남자들의 가슴앓이 여성형 유방

 

며칠 전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던 한 친구가 한숨을 내쉬며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가슴이 자꾸 나온다”는 것이었지요. 모두의 시선은 그 친구의 가슴으로 꽂혔지요. 그때 짓궂은 친구 녀석이 “부인한테 브래지어 하나 달라고 해”하고 놀렸습니다.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지만 당사자는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 쥐었습니다. 최근 들어 여자처럼 가슴이 봉긋하게 나와 고민하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워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대부분 환자들은 혼자 고민을 하다가 ‘살이 쪄서 가슴이 나오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음식도 줄이고 운동도 해보지만 소용이 없지요. 이렇게 마음고생을 하다가 결국 병원을 찾아옵니다. 가슴을 드러내 보이며 “선생님, 제가 여유증인가요?”라고 묻습니다. ‘여유증’은 여성형유방의 준말로 네티즌들이 쓰는 속어입니다.

남성도 신생아 때는 여성처럼 유방이 발달해 있습니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청소년기가 되면 대부분 사라지지요. 그런데 청소년기가 지나서도 없어지지 않으면 문제가 됩니다. 여성형유방의 원인은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여성호르몬이 남성호르몬보다 더 많이 분비되거나 약물에 의한 부작용, 종양, 갑상선기능의 장애, 간이나 콩팥의 질환, 유전적 원인 등 다양합니다.

남자가 여자처럼 가슴이 나오는 증상은 여성형유방과 가성여성형유방으로 나뉩니다. 여성형유방은 남자의 가슴부위에 비정상적으로 유선조직이 발달하여 가슴이 커지는 경우를 말하며 간혹 여자처럼 유즙(乳汁)이 나오기도 합니다. 가성여성형유방은 유선조직 없이 단순히 지방만 축적되어 있는 것입니다. 정확한 구별을 위해서는 유방초음파를 통해 유선조직의 유무를 관찰해서 적합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여성형유방과 가성여성형유방은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성형유방은 원인을 파악하고 상태에 따라 유선조직을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합니다. 최근에는 수술기법들이 발달하여 흉터를 최소화하면서 치료효과를 높이는 수술방법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성여성형유방은 주로 살이 쪄서 지방이 가슴에 축적되는 것입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비만이 아닌데 유독 가슴부위에만 지방이 축적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성여성형유방의 치료는 체중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며 체중을 줄여도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지방흡입수술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여성처럼 가슴이 나오는 ‘여유증’은 상당히 부끄럽고 스트레스가 되기 마련입니다. 한여름에 몸에 딱 달라붙는 티셔츠나 상체를 드러내는 수영복은 엄두도 못 내지요. 이제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그래야 ‘브래지어를 차고 다니라’는 놀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장 지 연 | 경희대 의대·의과대학원 졸업. 대한비만체형학회 회장, 경희대 의대 가정의학과 외래교수. 디올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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