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뭐든 많이 먹고 건강한 게 최고여~ 많이 먹어, 우리 강아지.”
어린 시절 할머니는 “먹기 싫다”며 손사래를 칠 때까지 음식을 가져다 주곤 하셨습니다. 많이 먹어야 튼튼하고 키도 쑥쑥 자란다고 늘 말씀하셨지요. 실제로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먹을 거리가 귀해서 마른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소아비만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풍족하게 먹고 적게 움직이는 탓이지요. 소아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성인의 비만은 지방 세포의 크기가 커지지만 소아비만은 지방 세포 수가 늘어납니다. 따라서 어렸을 때 정상체중을 넘기면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으로 고생하기 쉽지요.
소아비만은 왜 나타날까요? 부모 중에서 비만이 있는 경우 자녀도 소아비만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비만은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유전적 이유만으로 비만이 되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소아비만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직장에 다니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녀의 소아비만이 두 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엄마의 감시가 없으니 아무래도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인스턴트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비만 아동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외모나 건강에 관심이 많은 성인과 달리 대부분 비만 아동들은 살을 빼고자 하는 의지가 없습니다. 살을 빼고자 하는 이유가 확실하지 않으니 치료가 힘들고 당사자인 아이들도 지치게 마련이지요. 또한 살을 빼라는 엄마의 걱정이 아이들에게는 잔소리로만 받아들여져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식욕 억제나 지방을 분해하는 약물을 쓰기 힘들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성장기 아이들의 체중이 더 이상 늘지 않도록 식습관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소아비만을 치료하기 앞서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스스로 살을 빼겠다는 의지가 생기면 치료가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지요.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 열량이 높은 음식을 식단에서 빼십시오. 열량이 높은 닭 튀김 대신 영양가 높고 열량은 낮은 닭 백숙으로 대체하는 것도 좋습니다. 탄산 음료나 패스트푸드를 먹지 않도록 약속하고 지킬 때마다 칭찬 스티커를 붙여주는 방법은 어떨까요? 자기 전에 하루 종일 먹은 음식을 꼼꼼하게 적는 ‘식사일기’도 함께 적어 보세요. 소아비만 치료는 쉽지 않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잊으면 안됩니다.
/ 정 제 연 | 대한비만체형학회 상임이사, 메디월드피부비만클리닉 잠실점·시화점 대표원장, 한국나노의학회 정회원, 미국미용학회 및 세계미용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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