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후 달콤한 카페모카를 즐겨 마시는 직장인 A(여·28)씨. 모든 간식을 끊고 다이어트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이 악물고 간식의 유혹을 뿌리쳐봐도 살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A씨는 비만클리닉에 찾아와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라고 주장했습니다.사실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은 없습니다. 그만큼 쉽게 살이 붙는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남들과 비슷한 양을 먹어도 살이 찌고, 심지어 남보다 조금만 먹어도 이 붙는 체질이 따로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살 찌는 체질은 따로 있습니다.
체질보다는 ‘유전적 요인’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동그란 눈, 오뚝한 콧날이 부모를 닮는 것처럼 ‘뚱뚱한 몸매’도 유전됩니다. 실제로 형제나 자매, 부모와 함께 비만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은 유전적 원인으로 살이 찐다는 사실을 뒷받침하죠.
그래서 처음 비만 클리닉을 방문하는 환자에게 반드시 “가족 중에 뚱뚱한 사람이 있나요?” 라고 묻습니다. 비만인 가족이 있다고 답하는 환자를 보면 ‘체중이 잘 빠지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스칩니다. 환자에게도 비만과 가족력의 상관관계에 대해 미리 설명하지요. 열심히 노력해도 몸무게가 안 빠져서 자책하게 하기보다 부모에게 받은 유전자 때문이라는 사실을 환자에게 인식시켜주는 편이 진료에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환자들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집니다. “체질을 바꿀 수 없느냐”며 한숨을 내쉬기 마련이죠. 그러면 긍정과 부정을 반씩 섞어서 대답합니다. 비만은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긴 하지만 환경적 요인 역시 강하게 작용합니다. 설령 부모가 뚱뚱하더라도 어렸을 때부터 주의하면 성인이 돼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어릴 때부터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죠. 어렸을 때부터 편식하지 않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비만은 당뇨나 고혈압과 비슷합니다. 당뇨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의 가족력을 조사하면 부모님도 질병에 걸렸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100%는 아닙니다. 대신 가족력을 피한 사람들은 꾸준히 생활습관을 바로잡고 식이조절을 했더군요.
한마디로 비만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일단 살이 찌면 다이어트를 해도 요요현상 탓에 원위치로 돌아오기 쉽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비만은 치료가 어렵다”거나 “치료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극단적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 체질을 알고 미리 예방한다면 비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정 제 연 | 대한비만체형학회 상임이사, 메디월드 피부 비만 클리닉 잠실점·시화점
대표 원장, 한국나노의학회 정회원, 미국미용학회 및 세계미용학회 정회원.
2009년 9월 13일 일요일
[건강] 비만, 저주받은 비만 유전자 체질을 바꿀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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