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실이 모여있는 테헤란로. 점심시간만 되면 커피전문점이 북새통을 이룹니다. 식사 후 커피 한잔 하러 온 사람들 때문에 편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가 힘들 정도지요.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소화가 안 된다”거나 “식곤증을 피하려면 커피를 꼭 마셔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걱정이 앞섭니다.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여러분 몸 속에서 지방세포를 무럭무럭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테이크아웃(take out) 커피전문점이 거의 없었습니다. 카페나 다방에서도 자릿값 대신으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당시에는 커피라고 해봐야 인스턴트커피가 대부분이었고 간혹 원두커피를 마시는 친구들이 고급 취향으로 꼽혔지요. ‘비엔나커피’라고 커피에 아이스크림을 얹어주거나 생크림을 얹어주기 시작한 것도 불과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 ▲ 일러스트 이경국
-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커피가 비만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커피의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돕고 교감신경을 자극해 신진대사에 긍정적인 작용을 합니다. 따라서 설탕과 크림을 뺀 ‘블랙커피’를 드신다면 체중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하지만 요즘 커피에 첨가하는 시럽, 생크림, 아이스크림, 크림은 문제입니다. 블랙 원두커피의 경우 열량은 5㎉ 미만입니다. 칼로리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하지만 크림과 설탕이 들어있는 커피믹스의 경우 한 잔의 열량이 50~80㎉입니다. 블랙커피의 10배가 넘습니다.
우유와 시럽이 첨가되는 카페라테의 경우 한 잔에 200㎉가 넘고 모카 프라푸치노는 310㎉인데다가 휘핑 크림까지 얹게 되면 420㎉로 늘어나게 됩니다. 결국 라면 한 개를 끓여 먹는 것과 똑같아집니다. 식사를 두 번 하는 꼴이지요. 단순하게 열량만 계산해 봐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시겠지요?
사회에서 활동하는 직장인들은 보통 하루 3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합니다. 이렇듯 커피는 서양인의 기호식품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일상생활에 너무 깊이 들어와있습니다. 이제 조금 더 현명하게 커피 본래의 향을 즐길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와인이 각 산지마다 독특한 향을 풍기듯 커피도 다양한 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첨가물로 인해 커피 고유의 향을 잃고 체중도 늘어난다면 현명한 소비가 아닐 것입니다. 오후의 한가함을 즐기는 영국인처럼 따스한 차 한잔을 마시거나 연한 블랙 원두커피로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 윤장봉 | 중앙대 의대 졸업. 신경정신과 전문의, 국제미용학회 정회원
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 트리니티클리닉 명동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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