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3일 일요일

[건강] 비만, 뱃살 부르는 주범 “운동 끝나고 맥주 한잔 할까?”

[건강] 비만, 뱃살 부르는 주범 “운동 끝나고 맥주 한잔 할까?”
 

가만히 앉아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던 일요일 오후. 친구가 등산을 다녀왔다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시원한 극장에서 영화나 보지 왜 이런 날씨에도 등산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친구의 답은 엉뚱했습니다. “등산을 하면 샤워기를 틀어 놓은 것처럼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면서 “이때 맥주 한잔을 벌컥벌컥 마시면 기분이 끝내주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땀을 흘리고 마시는 술도 뱃살의 주범이 될까요? “운동을 했으니까 술 마셔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안타깝게도 정답은 ‘No’입니다. 무더운 여름철에 운동을 하면 수분과 전해질이 땀을 통해 빠져나가 전해질이 부족해지고 탈수 현상이 오기 쉽습니다. 따라서 운동 후에는 술이 아닌 충분한 수분 보충이 필요합니다. 물 대신 이온음료 등을 마셔 전해질을 공급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하지만 운동 후 바로 마시는 술은 탈수 현상을 재촉합니다.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수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이뇨 작용으로 인해 오히려 탈수가 더 심해지는 겁니다. 탈수 현상이 심해지면 갑자기 어지럽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하면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근육과 간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되어 있던 당질은 운동을 할 때 에너지로 쓰입니다. 운동이 끝나면 고갈될 수밖에 없지요. 따라서 당질을 보충해 주기 위해 당질이 함유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주스는 적절한 당질과 전해질, 비타민이 함께 공급됩니다. 흔히 살찔까 봐 피하는 콜라도 운동을 끝낸 직후에 마시면 당질을 보충해 줍니다. 반면 술에서 얻는 에너지는 글리코겐으로 저장되지 않습니다. 술은 영양분이 부족한 데다가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체내 영양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합니다. 운동 후에는 평소보다 많이 소모된 비타민 B군을 비롯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야 하는데 술을 마시면 영양소 결핍이 생길 수 있는 것이지요.

골프나 등산과 같은 야외운동 후에는 술 한잔과 함께 육류나 패스트푸드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먹게 마련입니다. 이때 술과 함께 먹은 식사가 고스란히 체내 지방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운동은 하나마나지요. 그렇다면 운동 후에 간절히 생각나는 시원한 생맥주 한잔, 무조건 참아야 할까요? 우선 운동 후의 갈증을 물로 해결하십시오. 탄수화물과 전해질이 함유된 주스나 이온 음료를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급한 갈증을 해소한 다음에 맥주로 목을 축이십시오. 특히 맥주 한잔으로 시작해서 2차, 3차로 이어지는 분위기라면 반드시 수분과 전해질 보충이 필요합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시작한 운동이 폭음으로 이어진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기분 좋게 마신 맥주 한잔은 스트레스도 날려버리고 건강도 지킬 수 있습니다.


/ 박용우 | 서울대 의대 졸업, 고려대 대학원(의학박사).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임의, 성균관의대 외래교수, 현 대한비만체형학회 고문, 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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