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관·디자인정책 평택은 걸음마 단계 |
살고싶은 ‘평택 만들기’ 모범 지자체에서 배운다-1 |
|
2007년 08월 16일 (384호) 양용동 기자 |
|
발 빠른 지자체 ‘도시경관’ 끝내고 ‘도시디자인’에 눈 돌려 공공건축디자인과 야간경관에도 관심 가질 때 왔다 <글 싣는 순서> 생활수준의 전반적인 향상에 힘입어 이제 시민들은 경제적 욕구에서 서서히 삶의 질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바뀜에 따라 아름답고 살기좋은 도시건설을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각 지자체는 난개발 건물을 퇴출시키고 도시의 미와 멋을 최대한 살리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는 사실과, 도시의 이미지 재고를 위한 도시디자인에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시대적인 흐름 일수도 있겠으나 지난해 4월 정부입법으로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경관법’에 힘입어 더욱 탄력을 받고있다. 평택시는 지난 6월 도시디자인에 대한 부분의 연구용역이 빠지기는 했으나 ‘경관관리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용역비용’으로 5억 원을 편성시켜 시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몇 가지의 이유를 들어 용역비 전액을 삭감했다. 이에 본지는 ‘경관관리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이 시작되기 전에 도시경관과 도시디자인을 앞서 추진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김해와 김천, 무주군 등 모범 지자체를 방문해 좋은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기획취재에서 소개하는 지자체의 경우에는 평택시가 추진하려는 ‘경관관리’ 뿐만 아니라 ‘도시디자인’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소개할 예정이다. 첫 회에는 평택시의 도시경관(가로정비, 간판, 도시이미지)과 디자인의 현재 실태를 파악해 보고, 어떠한 부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
도시경관과 디자인 경쟁이 시작됐다
푸른색을 연상케 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항구도시 요코하마. 연간 1600만명이 찾는 거대한 관광도시로 성장시킨 일본 5대도시중 하나인 후쿠오카. 20년 전부터 도시의 주요시설물(공공시설물)을 창조적 건축물로 바꾸는 ‘아트폴리스’ 프로젝트를 구현시켜 명소가 된 구마모토. 국내에서는 최초로 2000년에 시에 도시디자인과를 설립한 뒤 야간경관, 아름다운 주택모델 개발, 도시이미지구축, 도시경관 등을 선도해 관심을 불러들이고 있는 경남 김해시. 간판정비를 필두로 지금은 도시경관 전체를 바꾸기 시작해 지자체의 이목을 끄는 파주시…. 이 도시들은 모두 도시(경관)디자인을 한발 앞서 추진해온 결과 강한 이미지로 성공을 거둬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과 우리나라의 도시들이다.
이 도시들을 말할 때는 ‘인구가 얼마나 되느냐? 유명한 대학과 병원 등이 있느냐? 재정자립도는 어떠냐? 기존에 관광자원은 있었느냐?’하는 따위의 물음은 뒤로 물러난다. 우선 ‘가보고 싶고, 살아보고 싶고, 부럽다’는 느낌이 앞설 뿐이다.
김진애(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 선진화위원회장) 박사는 지난달 열린 제11회 다사리포럼(주최 민세 안재홍기념사업회)에서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하기 전에는 국가간 경쟁을 했으나 가입 이후에는 도시간 경쟁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하며 각 도시의 이미지와 건축문화의 중요성을 들었다.
도시간 경쟁으로 바뀐 지금 3개시군이 통합 된지 12년이 흐른 평택시는 ‘세계속의 일류평택’과 ‘국제화 중심도시 평택’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내걸고 성장해 왔으나 지금껏 그 비전에 맞는 준비와 과정은 여전히 타 도시와 견줘 뒤처져 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평택은 도시의 첫인상을 규정짓고 차별화 할 수 있는 도시경관과 디자인 부분에서 한 발짝 늦고 있다. 도시디자인 전문가들은 “도시경관디자인은 이제 단순한 아름다움이나 멋스러움을 넘어서 지역주민의 삶의 만족도 향상, 살기좋은 도시의 형성, 지자체 경쟁력강화의 필수적인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고 충고한다.
숨가쁜 개발에 따라가기 바쁜 평택
평택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도시개발계획은 지금까지 진행해온 개발과는 차원이 다른 ‘대 지각변동’으로 표현할 수 있다. 민간개발추진을 제외하더라도 국제화계획지구(1745만4624㎡)와 소사벌지구(302만1281㎡), 평택항배후신도시(1487만6100㎡), 평택호관광지(247만9350㎡) 등이 개발되며, 여기에 산업단지예정부지까지 포함하면 전체개발 면적은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개발지역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시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바로 실시계획승인단계에서 검토되는 ‘개발지구내 경관계획’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평택시는 아직까지 평택시에 맞는 경관계획을 만들어 놓지 못했으며, 경관조례도 제정하지 못했다. 때문에 코앞에 닥친 소사벌지구의 경우 지난 5월 사업시행기관인 토지공사와의 경관계획 협의에서 시가 토지공사가 추천하는 경관계획에 문제를 제기하긴 했으나 이렇다 할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평택시와 환경적 상황은 다르지만 강원도가 지난 2000년 ‘강원도 경관형성조례’를 제정을 선두로 강릉시(2002년), 동해시(2001년), 영월군(2003년), 철원군(2005년) 등 13개 시군이 경관형성조례를 제정했으며, 제천시와 전라남도(2002년), 제주도(2003년), 인천광역시(2003년), 광주광역시(2005년)가 ‘도시경관조례’를 제정해 놓고 시행중에 있다. 이 외에 경관조례는 아니더라도 이미 ‘경관계획기본지침’을 마련해 적용해온 시군도 적지 않다.
나아가 이제는 도시경관계획의 차원 넘어 도시디자인과 도시의 색을 찾아내 경쟁력 있는 도시를 꾀하는 지자체도 있다.
경남 김해시는 지난달 1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장 건축물에 대한 색채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공장건축물 색채 환경을 전면 재정비하는 경관조례를 제정했다. 이처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김해시는 지난 2000년 일찍이 시 행정부서에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해 차분히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지방행정조직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는 지난 2005년 주택국 산하에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했다. 하지만 규모면에서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큰 서울시가 김해시 보다 5년이나 늦게 눈을 뜬 것이다. 서울시는 올 7월에서야 서울시의 색깔을 찾는다며 1억7천만원을 들여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한편 올 4월에 국회에서 통과된 경관법은 지자체들이 해당 도시의 경관에 대한 기초를 조사한 뒤 걷고 싶은 거리, 야간경관, 지역녹화 등의 경관계획을 수립하고, 민간 및 공공의 합의를 통해 건축물의 디자인과 색깔은 물론 역사, 문화, 자연보전 등의 내용을 담은 경관협정을 체결하도록 하고있다.
평택의 도시미관과 도시디자인의 실태
시민들이 걷기 편하고 아름답게 조성된 보행로를 원하는 것은 강조할 필요 없이 당연한 요구다. 하지만 평택의 현실은 시민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시는 몇 해 전 상인들이 자신들의 ‘상가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를 들어 가로수 제거를 요구하자 시외버스터미널 앞 보행도로의 가로수를 모두 제거해 버렸다. 나아가 시내중심지(옛 시청터)에 쇼핑센터건물을 허가하면서 ‘교통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어 가뜩이나 좁은 보행로를 더 좁히고 대신 차도를 넓혔다. 이러한 행정에는 보행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담겨있지 않고 상인들과 건설업체의 목소리만 담겨있다.
보행자 도로를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시 행정뿐만 아니라 해당지역 상인들도 한 몫을 하고있다. 보행로에 내놓은 불법간판이나 경쟁적으로 펼쳐놓은 가판대는 쇼핑객의 보행흐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난잡한 거리 분위기를 상인 스스로 조장하고 있다.
보행로와 차도변을 어지럽고 무질서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또 있다. 가로 구조물로 통칭하는 가로등과 도로교통표지판, 교통신호통제박스, 공중전화부스, 시내버스 승강장 등이다.
가로구조물에 대한 디자인이 부재한 시는 도로가 건설될 때마다 가로등의 모형을 바꿔 설치하다보니 어떤 것이 평택을 대표하는 가로등인지 애매할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승강장 또한 각양각색으로 통일성과 특색이 전혀 없다.
도로교통표지판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 가장 최근에 조성된 이충장단지구내 도로변은 30m가 멀다하고 교통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새로 조성된 택지지구임을 무색하게 하고있다.
건물에 내걸린 상가간판으로 눈을 돌리면 더욱 심각하다. 한 건물에 원색으로 치장한 간판이 수 십 개씩 매달려있어 시민들은 어디에 눈을 고정시켜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옥외광고법에는 2층 이상에는 판류형 간판을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과 현실은 따로다. 간판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업자는 “평택의 간판 중 75%가 불법으로 보면 맞을 것”이라면서 “광고업자도 문제지만 1차적으로 광고의뢰자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고쳐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건축물과 야간경관이 아쉬운 평택
도서관이나 체육관, 면사무소, 도서관 등 지금까지 시나 기관에서 지은 공공건축물을 본 시민들의 평가는 ‘관공서 스러운 건물’로 압축된다. 김진애 건설기술건축문화 선진화위원회장은 이러한 관공서 건물을 “이마에 머리띠를 두르고 시민들을 향해 호령하는 형국”이라며 “70년대에나 어울리는 건축물을 지금도 짓고 있다”고 혹평했다.
최근들어 평택시도 지산초록도서관을 필두로 아름답고 멋스러운 건축물 건립에 눈을 돌리고 있긴 하나 관공서 스러운 건물 외관을 탈피하기에는 여전히 험난하다. 시 관계자들은 가장 큰 걸림돌로 정해진 건축비용과 계약법을 들고 있다. 이들은 “이 두 가지가 바뀌지 않는 한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건물을 짓기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동안 외관이 거의 비슷한 마을회관이 관내에 20개가 넘게 지어졌다.
일본 큐슈지방의 구마모토현은 아름다운 공공건축물 짓기 프로젝트인 ‘아트폴리스’를 추진해 각종 교각을 비롯해 심지어 화장실까지도 디자인을 고려한 건물을 지어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공공건축물에 대한 디자인과 함께 야간경관에 눈을 뜬 도시도 늘고 있다. 특히 해변을 끼고있는 도시가 그렇다. 우리나라 지자체 중 목포시, 동해시, 인천시 등이 이미 야간경관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평택시청 내에 디자인실이 설치돼 이러한 부분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긴 했으나 아직 체계적인 계획이나 전문 인력이 부족해 한계를 안고 있다. 선진국이나 우리나라의 일부 타 시군은 이미 도시경관과 도시디자인 전쟁을 치루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평택의 도시이미지 물어보니 평택은 회색으로 치장하고 ‘국제화’를 외치고 있다
![]() |
||
이 대표는 이어 “도심은 지금 사람에 대한 배려보다는 차량의 소통을 우선으로 해서 설계되고 있다”면서 “사람이 우선인 도시가 되려면 도심으로 차량이 유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평택을 ‘회색도시’로 평가하고 앞으로는 ‘녹색도시’로 바꿔야 한다면서 “공학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철학을 바탕에 두고 가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은 색이 없다”라고 혹평한 평택시의회 정영란(사진)의원은 평택을 이렇게 평가하게 된 까닭이 있다. 정 의원은 올 초부터 도시경관과 도시디자인에 일찍 눈을 떠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는 지자체 10여 곳을 방문한 뒤 평택의 현실과 비교해 내린 결론이다.
![]() |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