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5일 목요일

“친서민·중도실용·법치”… 포장만 바꾼 ‘MB구상’

“친서민·중도실용·법치”… 포장만 바꾼 ‘MB구상’

 

 

ㆍ비정규직 등 약자보호 외면 일방통행 지속 우려
ㆍ“반대여론 무마 미디어법·4대강 등 명분 확보용”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2기 전략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크게 세 갈래다. 정책적으로는 ‘친 서민’, 이념적으론 ‘중도실용’, 국정운영의 원리로는 ‘법치’를 앞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에서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면서 “서민들에게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강화하고, 검찰은 법치를 확고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경쟁·성장·효율을 중시하는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기조 전환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홍보 강화와 감성적 접근을 통한 ‘대통령 이미지 제고’ 움직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국정기조를 유지하고, 국세청장 인사에서 확인된 ‘친정 체제’ 구축과 공권력을 내세운 ‘일방통행’으로 가면서 ‘외피’만 바꾸는 식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서민정책에 투입한 예산이 노무현 정부에 비해 크게 늘어났고, 인사 역시 비교적 지역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 부족 등으로 ‘강부자 정권’ ‘영남 정권’으로 잘못 비쳐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나치게 좌·우, 진보·보수하고 하는 이념을 구분하고 있는 게 아니냐. 사회적 통합은 구호로만 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중도 강화론’을 거론했다. 또 “마이크로 크레디트 뱅크(무보증 소액신용대출은행)와 같이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선 사교육비 경감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줄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 대통령이 북핵 위기, 조문정국 등으로 인해 뒤로 미뤘던 현장 방문 등 서민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중도실용으로 요약되는 ‘MB색깔 되찾기’를 통해 대선 때 지지층이었던 중산층과 수도권 30·40대를 다시 끌어안음으로써 국정 추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홍보기획관실을 중심으로 각 부처에서 현 정부 출범 후 도입한 각종 서민정책을 취합, 이를 이전 정부와 비교해 그 결과도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청와대가 표방하는 ‘서민론’은 ‘구호’나 ‘반쪽’에 머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눈앞에 다가온 ‘비정규직 대란’은 외면한 채 노동유연화를 강조하거나 사교육비 경감을 외치면서 한편으로 자율형 사립고, 국제중 확대 등 ‘과외’가 불가피한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대표적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임금과 근로시간을 더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노·사·정 협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파견 근로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법치 역시 권력으로부터 시민과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헌법적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법의 엄격한 시행’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시국선언 시 수사 결과나 법원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신속하게 징계키로 한 것이나, 최근 서울시가 서울광장과 새로 조성하는 광화문광장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쪽으로 조례를 개정한 데서 잘 드러난다. 법치가 ‘금지’나 ‘제한’에 무게가 실리면서 시민사회와의 갈등과 대립만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은 말이 아니라 정책으로 이념성과 방향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동안 실행되거나 바뀐 게 뭐가 있느냐”면서 “이 대통령이 최근 다시 꺼내든 중도실용론이나 서민론 등은 반대여론을 무마하면서 미디어법안, 4대강 사업 등 ‘이명박표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한 명분 확보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재영·이고은기자 cj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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