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의회 정영란 의원의 생활정치가 화제다. 초선답지 않게 쏟아내는 열정과 인기는 다선의원들의 얼굴을 심히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그에 쏠리는 주목은 그래서 발상의 부지런함 그 자체다. 그의 의정시각은 주민의 생활과 삶에 잇닿아 있다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분명 모든 지방의원들에게 진정한 의원 모습을 다잡게 만드는 모멘텀이 되고 있다. 그의 생활정치 시동은, 조례안부터 출발했다. 주민의 삶과 깊은 관계가 되는 불편함을 무엇보다 조례로 말했다. 지방의원의 우선 책무가 조례 제정이었기 때문이다. 교통 약자의 이동편의서부터 어린이공원과 놀이터에 대한 안전관리 등 정 의원이 가는 삶의 현장에는 만들어져야 될 조례가 즐비해 보였다. 다른 의원들이 의정비다 뭐다 하여 삼삼오오로 모여 속삭일 때 정 의원은 조례 위한 생활현장을 찾았다. 그러다 보니 생활정치에 익숙해져 ‘이것이로구나’ 하는 자각을 했다. 시의원으로서 보람도 찾게 됐다. 좀 더 부지런히 현장을 찾아 사람을 만나는 데서 얻어지는 지방의원의 할 일은 그래서 무궁무진했다. 이런 일들에서 정 의원에게는 지방의원 ‘배지’가 자랑스러웠고 주민과 만나는 시간이 그처럼 소중할 수 없었다. 그렇다. 우리의 지방의원들은 결코 한가할 수가 없다. 견학이란 번지르르한 명패 달고 많은 여비를 처들여 외국관광이나 다닐 겨를이 사실 없다. 그런 한가한 시간 있고 의정비 쏟아 부을 여유가 있으면 한 번 더 이웃 노인정 등 찾는 일이 훨씬 낫다. 어른들의 경륜 높은 말과 불편한 소리에 귀 기울여 주민 위한 조례 하나라도 내놓는 그런 지방의원상이 바로 이 시대의 욕구란 점에서 그렇다. 우리는 정영란 의원의 활동 소식(중부일보 17일자 5면)에 접하는 순간 한여름 소나기를 맞는 시원한 기분을 느꼈다. 너무나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소식이라곤 고작 의정비 인상이 전부였다. 1년 내내 북새통을 이뤄 신문을 도배질했다. 또 지방의원 활동은 관광성 외유가 의정 모습으로 비쳐졌다. 누구 하나 주민을 찾아 삶의 불편함을 듣고 조례 제정했다는 말은 눈 씻고 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시민사회는 말할 것 없고 주민들이 지방의원들을 곱게 볼 리가 있었겠는가. 평택시의회 의원이 모두 16명이다. 특히 평택시는 급격한 도시화 확산으로 소음, 먼지 등 생활환경 공해가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 누구 하나 이런 악화일로의 환경을 문제 삼고 조례 꿈조차 해본 의원이 없다. 그러나 정 의원은 많은 시간을 여기에 쏟아 부어 만들어진 조례안을 회의에 상정했다. 그런 조례안은 그러나 어이없게도 뚜렷한 이유 없이, 또 수정 하나 없이 표결이란 다수에 의해 부결되는 처연한 현상을 겪었다. 자신들은 못하면서 남이 하는 일에는 인정 안 하는 이 시대 지방의회상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다선’의 횡포에 초선이란 약자가 무참하게 이렇게 무너졌다. 또 잘하는 사람의 바짓가랑이 잡는 질시의 극치는 평택시의회에도 여전했다. 더 말할 것 없이 지방자치는 생활정치다. 주민의 삶 속에 파고드는 삶의 일꾼이 바로 지방의원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겉멋만 들어 1년 내내 조례 제정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남의 한 일에 딴죽이나 거는 오늘의 지방의회 분위기가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정영란 의원의 잔잔한 의정활동에 박수를 보내게 하는 이유다.
| |
댓글 없음:
댓글 쓰기